"사고 나면 CEO 구속하니 고령 기술자 못써"…산업현장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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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주머니 찬 기업들(2) 산업현장 '형벌 과잉' 공포처벌 만능 규제에 옴짝달싹 못하는 기업들교도소 담장 위 걷는 기업인현장선 고숙련 인력 부족한데'사업주 처벌' 중대재해법 탓에고용연장 포기…면책조항도 부족
사진=게티이미지뱅크수도권의 한 조명기업은 정년을 다 채우고 지난 3년간 촉탁직으로 일한 기술직 직원의 고용 연장을 최근 포기했다.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신체기능 약화로 인해 사고 위험이 높은 고령의 직원을 재고용하는 데 대한 부담이 커진 결과다. 이 업체 사장은 “가뜩이나 고숙련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사고가 나면 대표이사로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처벌 중심의 기업 규제로 인한 산업 현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인들을 교도소 담장 위로 걷게 하는 규제가 산재한 탓에 기업 경영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처벌 피하려 공장장에게 대표 맡겨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처벌 수위다. 더욱이 규정까지 불명확해 현장 혼란이 심화하고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정한성 신진화스너공업 대표는 “안전사고의 60~70%는 작업자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면책조항이 너무 부족한 게 현행 제도의 문제”라고 말했다.사업주의 책임을 대폭 강화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려는 취지도 현실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올 1분기 재해율(근로자 100명당 재해자 수)은 0.15%로 작년과 동일했다. 오히려 재해자 수는 같은 기간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김창웅 건설기계정비협회장은 “정비업 종사자의 90% 이상이 50대 이상”이라며 “산업재해의 가장 큰 요인인 현장의 고령화를 막아야 하는데도 사업주 처벌부터 강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의 한 공장장은 “책임 회피를 위해 서울 본사에서 현장 공장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권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현장직은 대부분 퇴직을 각오하고서도 책임을 뒤집어쓰는 대표이사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위헌까지 다투는 형사처벌 조항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도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조합법상 보호되는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사용자가 방해하는 행위다.한국산업연합포럼에 따르면 한국은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반면 일본은 약 50만원 이하 수준의 과태료만 부과한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위반에 대해서도 미국은 아예 처벌하지 않고 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에 처하지만 한국은 2년 이하 징역으로 다스리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도 한국은 3년 이하 징역에 처하고 있지만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은 벌금이나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다.최저임금과 근로시간 위반의 형사처벌은 위헌 여부까지 다투고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2019년 제기한 위헌 소송이 헌법재판소에 계류돼 있다. 김태훈 한변 명예회장은 “최저임금 위반 등의 처벌은 국가가 사적 계약관계에 부당하게 개입해 헌법상 계약자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형벌 과잉’ 공정거래법기업의 경영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조항은 경제법령에도 만연한 상황이다. 가령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의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지정 때 정부로 하여금 회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에 처하도록 한 것은 과잉 규제”라고 지적한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현직 관료들 사이에서는 공정거래법의 처벌조항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권오승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한 정책 세미나에서 “공정거래관련법들은 ‘형벌조항 과잉’ 상태”라며 “공정거래관련법 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적 제재가 증가해 과잉 범죄화에 따른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거래관련법 집행에서 형사적 제재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수도권의 한 조명기업은 정년을 다 채우고 지난 3년간 촉탁직으로 일한 기술직 직원의 고용 연장을 최근 포기했다.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신체기능 약화로 인해 사고 위험이 높은 고령의 직원을 재고용하는 데 대한 부담이 커진 결과다. 이 업체 사장은 “가뜩이나 고숙련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사고가 나면 대표이사로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처벌 중심의 기업 규제로 인한 산업 현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인들을 교도소 담장 위로 걷게 하는 규제가 산재한 탓에 기업 경영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처벌 피하려 공장장에게 대표 맡겨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처벌 수위다. 더욱이 규정까지 불명확해 현장 혼란이 심화하고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정한성 신진화스너공업 대표는 “안전사고의 60~70%는 작업자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면책조항이 너무 부족한 게 현행 제도의 문제”라고 말했다.사업주의 책임을 대폭 강화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려는 취지도 현실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올 1분기 재해율(근로자 100명당 재해자 수)은 0.15%로 작년과 동일했다. 오히려 재해자 수는 같은 기간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김창웅 건설기계정비협회장은 “정비업 종사자의 90% 이상이 50대 이상”이라며 “산업재해의 가장 큰 요인인 현장의 고령화를 막아야 하는데도 사업주 처벌부터 강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의 한 공장장은 “책임 회피를 위해 서울 본사에서 현장 공장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권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현장직은 대부분 퇴직을 각오하고서도 책임을 뒤집어쓰는 대표이사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위헌까지 다투는 형사처벌 조항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도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조합법상 보호되는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사용자가 방해하는 행위다.한국산업연합포럼에 따르면 한국은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반면 일본은 약 50만원 이하 수준의 과태료만 부과한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위반에 대해서도 미국은 아예 처벌하지 않고 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에 처하지만 한국은 2년 이하 징역으로 다스리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도 한국은 3년 이하 징역에 처하고 있지만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은 벌금이나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다.최저임금과 근로시간 위반의 형사처벌은 위헌 여부까지 다투고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2019년 제기한 위헌 소송이 헌법재판소에 계류돼 있다. 김태훈 한변 명예회장은 “최저임금 위반 등의 처벌은 국가가 사적 계약관계에 부당하게 개입해 헌법상 계약자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형벌 과잉’ 공정거래법기업의 경영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조항은 경제법령에도 만연한 상황이다. 가령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의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지정 때 정부로 하여금 회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에 처하도록 한 것은 과잉 규제”라고 지적한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현직 관료들 사이에서는 공정거래법의 처벌조항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권오승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한 정책 세미나에서 “공정거래관련법들은 ‘형벌조항 과잉’ 상태”라며 “공정거래관련법 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적 제재가 증가해 과잉 범죄화에 따른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거래관련법 집행에서 형사적 제재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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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군 지리산 한신계곡의 명소인 가내소폭포. 짙은 숲속 높이 15m의 폭포수가 서늘한 기운을 내뿜어 더위를 잊게 한다.경남 함양은 ‘산(山)의 고장’이다. 1000m급 고봉 34개가 사방을 둘러치고 있다. 북쪽에는 남덕유산의 지맥을 이어받은 산의 무리가 있고, 남쪽은 지리산이 이끄는 거대한 산군(山群)이 펼쳐져 있다.지리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20여개의 능선 사이로 계곡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칠선계곡 뱀사골계곡과 함께 지리산 3대 계곡으로 꼽히는 곳이 한신계곡이다.한신계곡은 깊고 넓은 계곡 또는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게 하는 계곡이라는 뜻으로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에 있다. 세석에서 백무동까지 여러 개의 폭포를 이루면서 10㎞ 이어진다. 본류 외에도 덕평봉 북쪽에서 발원하는 바른재골과 칠선봉 부근에서 내려오는 곧은재골, 장터목 방향에서 흐르는 한신지계곡 등 4갈래의 물줄기가 임천(엄천강)으로 흘러 남강 상류를 이룬다. 2010년 명승으로 지정됐다.계곡이 깊은 데다 울울창창한 숲길은 냉장고 속을 걷는 듯 시원해 여름철 트레킹에 그만이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칠선계곡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 세석대피소로 이어지는 막판의 악명 높은 오르막길만 제외한다면 더없이 순하다. 가내소폭포나 오층폭포까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들머리인 백무동은 100명이 넘는 무당이 모여들었던 곳이라 백무동(白巫洞), 안개가 늘 끼어 백무동(白霧洞)이라 했다. 신라 시대 화랑의 훈련장소로 이용됐다고 해서 현재는 백무동(白武洞)이라 불린다.백무동 야영장을 지나 바로 나오는 갈림길에서 세석대피소 가내소폭포 방향으로 직진한다. 왼쪽은 장터목대피소(5.8㎞) 방향이다. 계곡산행이라 해서 처음부터 계곡을 끼고 가는 게 아니라 임도 급의 넓은 산허리 길을 따라간다. 이 길은 1950년대 후반에 벌목한 나무를 실어 나르던 산판 길로 개설됐다고 한다.완만한 길을 30분가량 오르면 계곡과 만난다. 가뭄으로 수량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차고 맑은 물이 거칠 것 없이 흘러내린다. 너른 암반 사이를 헤집고 흐르는 ‘첫나들이폭포’가 장관이다. 폭포 쉼터에 서면 발아래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굉음과 함께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모습이 시원하다. 이 폭포는 세찬 바람이 폭포를 휘감아 바람폭포로 불리다 한신계곡에서 처음 만나는 폭포로 관문 역할을 해 이름을 바꿨다.이곳에서 가내소폭포까지는 0.8㎞. 계곡에 놓인 나무다리와 출렁다리를 건너갔다 건너오기를 반복한다. 암반을 타고 흐르는 폭포와 소의 비경이 하나씩 속살을 벗는다. 첫나들이폭포 쉼터에서 20분이면 가내소폭포 전망대에 도착한다. 물줄기가 우렁차다. 울창한 숲 아래 함지박 같은 소에 물빛이 검푸르다. 나뭇잎 사이로 내리꽂힌 빚이 영롱한 에메랄드빛으로 반사된다.자신의 도력을 시험하려고 계곡 양쪽에다 묶은 실 위를 건너던 중 지리산 여인의 방해로 떨어져 실패한 승려가 자신의 수행이 모자람을 깨닫고는 포기하고 가면서 ‘나는 가네’라 한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가내소폭포를 지나면 완만하던 산길이 오르막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15분이면 나오는 오층폭포 전망대에선 5개의 폭포에서 5개의 소(沼)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본다. S자로 꺾이며 흐르는 폭포가 내는 물소리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듯 경쾌하다. 오층폭포 위에 한신폭포가 있지만 등산로 80m 아래 위험한 곳에 있어 다가갈 수 없다고 한다.
구불구불한 지안재 고갯길을 오르내리는 차량 불빛이 빚은 궤적.함양 읍내에서 백무동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가는 길’에 위치한 지안재는 2007년 국토교통부가 펴낸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소개된 해발 370m의 고갯길이다. 옛날 내륙지방 사람들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했던 곳이다. 뱀이 몸을 구불거리며 움직이는 형상의 지안재는 약 770m 길이다. 경사가 높아 직선 대신 굽잇길을 만든 것이다. 고개 위에서 내려다보면 올라오는 차량과 내려가는 차량이 곡선을 만날 때마다 멈칫멈칫할 정도로 굽어 있다. 지안재를 넘어가면 오도재다. 정상에 지리산제일문이, 바로 옆엔 지리산조망공원이 자리한다.지안재 가까운 오봉산과 삼봉산 사이에 시간의 숙성으로 가꾼 체험형 농장(와이너리)이자 정원인 ‘하미앙와인밸리’가 있다. ‘하미앙’은 함양을 부드럽게 풀어 쓴 브랜드다. 지역에서 생산된 무농약 산머루로 와인과 즙을 생산한다. 동굴에는 와인이 익어가고 있다. 와인족욕과 산머루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카페와 레스토랑을 갖춘 주황색 기와의 유럽풍 건물 앞으로 삼봉산 능선이 수려하게 펼쳐진다. 경관이 뛰어나 경남도 민간정원으로 등록됐다.
하미앙와인밸리 동굴에 저장된 산머루 와인 오크통.여행메모가내소폭포까지 2.7㎞ 1시간 소요9월 2~11일 함양산삼축제 개최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경남 함양 백무동탐방지원센터로 바로 간다면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나들목이 편하다. 지안재와오도재를 품은 ‘지리산 가는 길’을 경유하고 싶으면 함양나들목에서 빠지는 게 좋다. 대중교통으로는 동서울에서 백무동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있다. 대봉산휴양밸리는 통영대전고속도로 지곡나들목에서 가깝다.한신계곡 입구에 무료주차장이 있다. 트레킹은 백무동탐방지원센터~세석·장터목대피소 갈림길~‘세석길’ 출입문~첫나들이폭포 쉼터~가내소폭포~오층폭포를 왕복한다. 가내소폭포까지는 편도 2.7㎞. 1시간 남짓 걸린다. 세석까지는 된비알의 험한 길이 이어져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가지 않는 게 좋다.대봉산 집라인을 타기 전에 5분 남짓 안전교육을 받는다. 셔틀버스 운행시간, 교육시간, 장비 착용 시간 등을 고려해 최소 1시간 이전에 주차장에 도착하는 게 좋다.
산속 재배지에서 갓 캐낸 산양산삼.함양은 ‘산삼의 고장’이다. 함양산삼축제가 오는 9월 2일부터 11일까지 10일간 상림공원 일원에서 3년 만에 개최된다. ‘Hi-산삼! 당신의 젊음을 응원합니다’를 주제로 산삼관, 함양특산물관, 밤소풍, 저잣거리, 산삼숲, 체험부스, 불로장생먹거리, 야간경관존, 포스트엑스포 등 총 9개 분야의 행사존이 마련된다.
경남 함양군 지리산 한신계곡의 명소인 가내소폭포. 짙은 숲속 높이 15m의 폭포수가 서늘한 기운을 내뿜어 더위를 잊게 한다.경남 함양은 ‘산(山)의 고장’이다. 1000m급 고봉 34개가 사방을 둘러치고 있다. 북쪽에는 남덕유산의 지맥을 이어받은 산의 무리가 있고, 남쪽은 지리산이 이끄는 거대한 산군(山群)이 펼쳐져 있다.지리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20여개의 능선 사이로 계곡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칠선계곡 뱀사골계곡과 함께 지리산 3대 계곡으로 꼽히는 곳이 한신계곡이다.한신계곡은 깊고 넓은 계곡 또는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게 하는 계곡이라는 뜻으로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에 있다. 세석에서 백무동까지 여러 개의 폭포를 이루면서 10㎞ 이어진다. 본류 외에도 덕평봉 북쪽에서 발원하는 바른재골과 칠선봉 부근에서 내려오는 곧은재골, 장터목 방향에서 흐르는 한신지계곡 등 4갈래의 물줄기가 임천(엄천강)으로 흘러 남강 상류를 이룬다. 2010년 명승으로 지정됐다.계곡이 깊은 데다 울울창창한 숲길은 냉장고 속을 걷는 듯 시원해 여름철 트레킹에 그만이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칠선계곡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 세석대피소로 이어지는 막판의 악명 높은 오르막길만 제외한다면 더없이 순하다. 가내소폭포나 오층폭포까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들머리인 백무동은 100명이 넘는 무당이 모여들었던 곳이라 백무동(白巫洞), 안개가 늘 끼어 백무동(白霧洞)이라 했다. 신라 시대 화랑의 훈련장소로 이용됐다고 해서 현재는 백무동(白武洞)이라 불린다.백무동 야영장을 지나 바로 나오는 갈림길에서 세석대피소 가내소폭포 방향으로 직진한다. 왼쪽은 장터목대피소(5.8㎞) 방향이다. 계곡산행이라 해서 처음부터 계곡을 끼고 가는 게 아니라 임도 급의 넓은 산허리 길을 따라간다. 이 길은 1950년대 후반에 벌목한 나무를 실어 나르던 산판 길로 개설됐다고 한다.완만한 길을 30분가량 오르면 계곡과 만난다. 가뭄으로 수량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차고 맑은 물이 거칠 것 없이 흘러내린다. 너른 암반 사이를 헤집고 흐르는 ‘첫나들이폭포’가 장관이다. 폭포 쉼터에 서면 발아래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굉음과 함께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모습이 시원하다. 이 폭포는 세찬 바람이 폭포를 휘감아 바람폭포로 불리다 한신계곡에서 처음 만나는 폭포로 관문 역할을 해 이름을 바꿨다.이곳에서 가내소폭포까지는 0.8㎞. 계곡에 놓인 나무다리와 출렁다리를 건너갔다 건너오기를 반복한다. 암반을 타고 흐르는 폭포와 소의 비경이 하나씩 속살을 벗는다. 첫나들이폭포 쉼터에서 20분이면 가내소폭포 전망대에 도착한다. 물줄기가 우렁차다. 울창한 숲 아래 함지박 같은 소에 물빛이 검푸르다. 나뭇잎 사이로 내리꽂힌 빚이 영롱한 에메랄드빛으로 반사된다.자신의 도력을 시험하려고 계곡 양쪽에다 묶은 실 위를 건너던 중 지리산 여인의 방해로 떨어져 실패한 승려가 자신의 수행이 모자람을 깨닫고는 포기하고 가면서 ‘나는 가네’라 한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가내소폭포를 지나면 완만하던 산길이 오르막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15분이면 나오는 오층폭포 전망대에선 5개의 폭포에서 5개의 소(沼)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본다. S자로 꺾이며 흐르는 폭포가 내는 물소리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듯 경쾌하다. 오층폭포 위에 한신폭포가 있지만 등산로 80m 아래 위험한 곳에 있어 다가갈 수 없다고 한다.
구불구불한 지안재 고갯길을 오르내리는 차량 불빛이 빚은 궤적.함양 읍내에서 백무동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가는 길’에 위치한 지안재는 2007년 국토교통부가 펴낸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소개된 해발 370m의 고갯길이다. 옛날 내륙지방 사람들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했던 곳이다. 뱀이 몸을 구불거리며 움직이는 형상의 지안재는 약 770m 길이다. 경사가 높아 직선 대신 굽잇길을 만든 것이다. 고개 위에서 내려다보면 올라오는 차량과 내려가는 차량이 곡선을 만날 때마다 멈칫멈칫할 정도로 굽어 있다. 지안재를 넘어가면 오도재다. 정상에 지리산제일문이, 바로 옆엔 지리산조망공원이 자리한다.지안재 가까운 오봉산과 삼봉산 사이에 시간의 숙성으로 가꾼 체험형 농장(와이너리)이자 정원인 ‘하미앙와인밸리’가 있다. ‘하미앙’은 함양을 부드럽게 풀어 쓴 브랜드다. 지역에서 생산된 무농약 산머루로 와인과 즙을 생산한다. 동굴에는 와인이 익어가고 있다. 와인족욕과 산머루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카페와 레스토랑을 갖춘 주황색 기와의 유럽풍 건물 앞으로 삼봉산 능선이 수려하게 펼쳐진다. 경관이 뛰어나 경남도 민간정원으로 등록됐다.
하미앙와인밸리 동굴에 저장된 산머루 와인 오크통.여행메모가내소폭포까지 2.7㎞ 1시간 소요9월 2~11일 함양산삼축제 개최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경남 함양 백무동탐방지원센터로 바로 간다면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나들목이 편하다. 지안재와오도재를 품은 ‘지리산 가는 길’을 경유하고 싶으면 함양나들목에서 빠지는 게 좋다. 대중교통으로는 동서울에서 백무동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있다. 대봉산휴양밸리는 통영대전고속도로 지곡나들목에서 가깝다.한신계곡 입구에 무료주차장이 있다. 트레킹은 백무동탐방지원센터~세석·장터목대피소 갈림길~‘세석길’ 출입문~첫나들이폭포 쉼터~가내소폭포~오층폭포를 왕복한다. 가내소폭포까지는 편도 2.7㎞. 1시간 남짓 걸린다. 세석까지는 된비알의 험한 길이 이어져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가지 않는 게 좋다.대봉산 집라인을 타기 전에 5분 남짓 안전교육을 받는다. 셔틀버스 운행시간, 교육시간, 장비 착용 시간 등을 고려해 최소 1시간 이전에 주차장에 도착하는 게 좋다.
산속 재배지에서 갓 캐낸 산양산삼.함양은 ‘산삼의 고장’이다. 함양산삼축제가 오는 9월 2일부터 11일까지 10일간 상림공원 일원에서 3년 만에 개최된다. ‘Hi-산삼! 당신의 젊음을 응원합니다’를 주제로 산삼관, 함양특산물관, 밤소풍, 저잣거리, 산삼숲, 체험부스, 불로장생먹거리, 야간경관존, 포스트엑스포 등 총 9개 분야의 행사존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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