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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부장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부장[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부장] 레그메이슨자산운용을 이끌었던 빌 밀러 회장은 “증시에는 ‘멀리건’이 얼마든지 있다”는 말을 했다. 멀리건은 골프 경기에서 벌칙 없이 주어지는 두 번째 티샷을 의미하는데, 그는 ‘투자에서도 실수를 만회할 길은 있다’는 것을 얘기한 것으로 생각된다.최근 투자시장은 그야말로 혼돈이다. 코스피는 주저앉았고, 환율은 급등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한 미국 금리는 빅스텝을 넘어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까지 진행됐다.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는 당연한 현상이 됐고 시장이 투정을 부릴 때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은 또 다른 유동성을 제공해줬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끝나가는 현 시점에 우리가 보고 있는 물가 상승세는 연준이 외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연준 위원들은 시장을 향해 ‘지금은 성장보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당장 눈앞의 자산 가격 하락이 짜증날 뿐이다.이럴 때 일수록 투자자들은 침착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투자포트폴리오를 살펴봐야 한다.가장 먼저 인플레이션이 경기침체로 연결될 경우를 대비해 포트폴리오상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이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면 주식만으로 변동성을 버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자산을 잘 배분해 리스크를 낮추고,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투자자산을 준비해야한다. 일반적으로 미국 국채 또는 투자등급 회사채가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하지만,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구간에서 채권은 완벽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헤지펀드 또는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구조화 상품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식시장 노출도를 낮추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인플레이션을 이겨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는 기업들이 얼마나 포진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기업들의 실적 발표 기간은 이를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1분기(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년 대비 18% 증가한 493.6억 달러의 매출액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주당순이익(EPS)도 2.22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인 2.19달러를 상회했는데, 특히 애저(Azure) 및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이 전년대비 46% 성장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떤 경쟁사보다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중이다. 아울러 PC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오피스(Office) 프로그램을 포함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사업 부문의 매출도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특히 올해 초 오피스 프로그램의 구독료를 인상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또다른 기업인 코카콜라의 경우 러시아 사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북미 지역에서 매출이 전년대비 22% 성장하며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도 오프라인에서의 카드 사용량이 급증하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지금과 같이 숲(거시경제)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나무(기업)에 주목한다면, 변동성 구간을 활용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록 연준은 시장이 원하는 유동성을 다시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를 힘들게 했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일수록 연준과 맞서는 어리석은 행동보다는 지금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면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정적인 뉴스에 사로잡혀 손실을 기록했다고 해서 그냥 시장을 떠나버리는 것은 또 다른 실수가 될 수 있다. 이런 시기에는 투자자들이 ‘멀리건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으면서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